크리스토프 포펜 "내년 여름 피아졸라·브람스로 다시 만나요"

입력 2020-08-25 16:34   수정 2020-08-26 00:44

“내년에는 탄생 100주년을 맞는 아르헨티나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와 제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요하네스 브람스의 음악을 들려주고자 합니다. 브람스의 교향악과 실내악은 베토벤이 롤모델이어서 올해 페스티벌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하죠.”

올해 처음 시작한 여름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의 초대 예술감독을 맡은 독일 지휘자 겸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토프 포펜(사진)의 마음은 벌써 내년 여름에 가 있는 듯했다.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7층 아티스트라운지에서 만난 그는 “올해는 탄생 250주년의 베토벤에 집중했다면 내년에는 피아졸라와 브람스란 두 가지 주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개막한 클래식 레볼루션은 오는 30일 마지막 실내악단 공연만 남겨두고 있다. 개막 직전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재확산으로 26~30일 교향악단 공연이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당초 일정 중 실내악과 리사이틀 공연은 철저한 방역 수칙을 적용해 예정대로 열렸지만 축제의 중심 프로그램인 베토벤 교향곡과 협주곡은 교향악단 불참으로 대부분 연주되지 못했다. 축제를 주최하는 롯데문화재단과 1년여간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2주간 자가격리를 감수하며 일찌감치 방한해 공연을 준비해온 포펜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오늘 아침엔 우울한 기분이었지만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이 상황 또한 흥미롭지 않은가’라고 생각했어요. 베토벤이 말년에 극한 상황에서 작곡한 음악에서도 삶에 긍정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죠. 1년간 준비한 프로그램들이 취소된다는 게 비극적이지만 달리 본다면 희극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고 여기서 미묘한 지점들이 생깁니다.”

포펜은 KBS 교향악단과 리허설까지 했던 교향곡 3번 ‘영웅’을 특별히 언급했다. “2악장인 장송곡은 진지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데, 그 안에서 밝은 기운을 찾아볼 수 있죠. 베토벤이 c단조와 Eb장조의 어우러짐을 통해 표현한 어두움과 밝음이 이 시기에 위로가 되는 음악입니다. 들려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쉽습니다.”

포펜은 그가 직접 지휘봉을 잡는 30일 서울튜티챔버오케스트라 콘서트의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바이올린 영재’로 잘 알려진 고소현과 협연하는 ‘로망스 1, 2번’, 교향곡 8번 등 기존 레퍼토리와 함께 첼리스트 문태국이 협연하는 작곡가 조은화의 첼로 협주곡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추구하며’,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피아니스트 손정범과 함께하는 ‘3중 협주곡’을 들려준다. 당초 이날 서울시향의 폐막 공연에서 연주할 작품이었다. “베토벤을 향한 오마주가 담긴 조은화 작곡가의 작품을 들려드릴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베토벤 시대와 지금의 시대를 연결해 주는 의미가 큰 작품입니다. 희극적인 농담과 철학적인 면모가 엿보이는 교향곡 8번도 이 시기와 맞아떨어지는 곡입니다.”

포펜은 ‘지한파’ 음악인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피아니스트 김태형 등 다수의 한국인 제자를 배출했고, 한국에 여러 차례 방한해 연주회를 열었다. 윤이상콩쿠르에선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한국의 풍부한 음악적 토양의 산물입니다. 10여 일 동안 이만큼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수준 높은 연주자들이 도시의 한 공간에 모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올해 만반의 준비를 했음에도 돌발 변수로 많은 프로그램이 취소되고 변경됐다. 내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방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희망적인 방향으로 잘 진행하려고 합니다. 교향곡을 연주할 수 없다면 다른 아이디어를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등 보다 철저하게 준비해 관객을 맞이하겠습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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